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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레터_트럼프 관세전쟁에 부쳐(긴급 고객레터) 20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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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에 부쳐


  고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이사 정호성∙김현준입니다.

  이렇게 비정기 고객 레터를 드리는 것은 아주 오랜만이네요. 코로나19 감염병이 창궐했던 2020년 2월 이후 5년 만입니다. 비정기 고객 레터 발송 주기가 이렇듯 뜸한 이유는 특수 상황 발생 후 생각을 숙성하고 대응 방안을 준비하는 동안 시장이 잠잠해 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즉, 구조적으로 오래 가는 긴급 상황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죠.

  모두 아시다시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많은 나라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주식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미국 주식 시장이 사흘 내리 수 퍼센트의 급락을 보인 것은 저희가 햇병아리 투자자이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때 이래 처음인 것 같아요. 제가 트럼프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는 없지만 ‘관세를 통해 무역 적자를 줄일 수 있고, 관세 회피를 목적으로 기업들이 미국으로 생산 시설을 옮기면 고용이 진작되며, 미국인들이 관세가 붙지 않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국 제품을 구매하면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의 시장점유율이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정도가 그의 생각이 아닐까 짐작합니다. 하지만 무역 적자의 근본 원인이 그것은 아니죠. 미국인들이 자국산 제품보다 수입 제품을 더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부자이지만 생산 기반이 약해 아이폰 정도를 제외하면 일본 토요타 자동차, 스웨덴 이케아 가구, 스페인 자라 의류, 한국 삼성과 엘지의 가전제품과 같이 전세계에서 제품을 수입해서 씁니다. 사실 아이폰도 주로 중국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이번 고관세 정책의 대상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십 년 동안 진행된 생산 시설의 해외 이전과 다국적 공급망 사슬을 금세 돌이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는 게 저희 생각입니다.

  가령 집에서 먼 곳으로 이동 발령이 났다고 가정해 보면, 새로 집을 구한 후 이사를 해야 하고 아이들 전학도 알아봐야 합니다. 한 가정이 움직이는 것도 이렇게 골치가 아픈데 하물며 거대 기업들이 다른 나라에 공장을 새로 짓는다고 상상하면 아찔할 지경입니다. 그 동안 수입 제품에는 관세가 붙어 가격이 오를 것이고 미국으로 생산 기반을 다시 가져오는,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 기업들 또한 인건비나 토지대 등 비싼 생산자 물가와 경직된 고용 구조 등에 의해 물건 값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연이어 소비자들은 내 월급을 오르지 않았는데 물건 값이 오르니 자연스레 소비를 줄이고 기업들은 판매가 부진해집니다. 이는 꼭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에 파는 기업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경기 침체라 하고, 이것이 관세 부과에 따라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입니다. 

  사실 문제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니까요. 벼랑 끝 전술을 즐겨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그가 엄포만 놓는 것인지, 정말 조국의 장기적인 번영을 위해 세계 질서를 새롭게 짜겠다는 것인지, 일각에서 제기하는 음모론처럼 사실은 미국이나 전세계 정치∙경제 따위는 관심 밖이고 자기 자신의 부나 안위만을 생각하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저희도 한동안 이 예측할 수도, 그래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이 미션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습니다.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데 제대로 된 답을 낼 수 있을 리 없는데 말이죠.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도 투자 아이디어의 99%를 ‘모른다’ 통에 버린다고 했는데, 확실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려고 했던 것이 저희의 과욕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고 눈이 밝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편입 종목들을 하나하나 관세에 대한 영향을 분석하던 중 삼양식품 순서에 이르렀을 때였습니다. 삼양식품은 한국에서 라면을 만들어 전세계에 수출합니다. 그 중 미국에 판매하는 분량은 관세가 붙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최대 25% 높은 가격(관세는 도매 가격에 매길 테니 소비자 가격의 25%와는 다릅니다.)에 팔려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리거나 그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삼양식품이나 유통업자가 부담해 판매량에 변화가 없더라도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양식품의 주력 제품인 불닭볶음면은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K-푸드나 매운 음식에 대한 관심, 소셜 미디어에 ‘먹방’이나 ‘언박싱un-boxing’ 장면을 공유하고 싶은 욕구는 ‘불닭볶음면’이 아니면 온전히 충족되지 않습니다. 딱 그 제품을 소비하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삼양식품은 이것을 이용해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도 있고, 유통 업체들에게 “우리 제품 많이 팔고 싶으면 너희가 관세 인상분을 많이 부담해야 할 거야. 왜냐하면 많은 유통 업체들이 우리에게 불닭볶음면 공급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거든.”과 같은 일종의 ‘갑질’을 할 수도 있습니다. 혹자는 미국에 공장을 가진 농심이 상대적으로 수혜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라면 ‘미국 라면 공장 가질래? 불닭볶음면 브랜드 가질래?’라는 질문에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불닭볶음면을 고르겠습니다. (그리고 삼양식품과 농심의 경영자도 마찬가지일 거라 감히 자신해 봅니다.) 이렇듯 기업 내부의 경쟁력에 집중하니 관세나 생산 지역과 같은 외부 요인은 아주 작게 느껴졌습니다.

  투자 의사 결정이 어려울 때는 시간 지평을 넓히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주식 시장 참여자들은 보통 수 개월 이내의 짧은 시간 지평과 시장 평균보다 훨씬 높은 기대 수익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이벤트들에 자주 베팅합니다. 좋은 기업이라 하더라도 단기적인 악재가 있으면 피하려고 하며 나쁜 기업이라 하더라도 금세 발현될 호재가 있으면 거래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더퍼블릭자산운용은 자주 맞히고 자주 틀리기 보다는 가끔, 하지만 확실하게 맞히려고 합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조금 덜 움직이고 그 동안 발생할 수밖에 없는 변동성을 견디고 그 너머를 보는 것입니다. 주식 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기업의 가치는 변하지 않더라도 시장 참여자들의 전염된 감정에 따라 아주 싼 값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관세 이슈를 다시 생각했습니다. 관세가 현행 대로 부과될지, 그것이 심각한 경기 침체로 이어질지, 또는 이것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원하는 것을 얻어 내면서 관세 정책을 완화하거나 철회할지 저희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길어야 미국의 다음 대선까지 4년 남짓 남았습니다. 짧게는 중간 선거까지 1년 6개월, 일반적인 경기 침체 기간이나 정책의 변경이나 철회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그보다 훨씬 짧을 수도 있습니다.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을 출시한지는 벌써 13년, 본격적으로 수출한지도 10년이 넘었습니다. 기업이 정치보다 호흡이 훨씬 더 깁니다. 기업인들이 정치인들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은 정치인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동안 더 잘하기 위해서이지 권력이 영원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1년 6개월도 길다고요? 그렇다면 1년 6개월 동안 발생할 가능성을 단 사흘 동안 가격에 반영한 주식 시장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미래를 현재로 당겨 오는 주식 시장의 특성은 반대로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3월과 4월 약세장에서 느낀 다른 하나는 저희가 가진 현금의 소중함입니다. 더퍼블릭자산운용은 내부 기준에 따라 항시 최대 40%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재빠른 매수가 필요한 신규 종목이 있거나 주식 시장 전체가 저평가 되었다고 판단할 때 사용합니다. 평상시에는 기회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덜 잃는 것이 더 버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믿음으로 꾹 참습니다. 2022년 금리 인상기가 찾아오면서 ‘언택트’ 버블이 꺼졌을 때 저희 회사의 손실폭이 크지 않았던 이유도 그 직전까지 “너희는 왜 이렇게 현금을 많이 가지고 있느냐?”는 힐난을 견뎠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상품마다 상이하지만 현재는 20~30% 정도의 가용 자금을 가지고 있으며 구체적인 투입 전략을 수립해 둔 상태입니다. 전쟁터에 나간 군인의 총알과 같이 한 발 한 발 아껴서 사용하려고 합니다. 남은 총알은 반납하면 그만이지만 모두 써 버린 다음 적군을 맞닥뜨리면 남은 것은 죽음뿐입니다.

  각론을 조금 설명 드리겠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거시 경제보다 개별 기업을 우선하는 상향식 전략을 유지합니다. 그러나 당장 직접적인 관세의 영향이 없거나 단기적으로 세주가가 하락했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주식을 사지는 않을 것입니다. 충분히 싼 상황인지 후행적으로 관세의 영향을 받지는 않는지 검토할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 듯 주식 시장에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고, 더 버는 것보다 덜 잃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로는 주가 흐름, 가치 평가 지표 등을 고려해 경기 침체에서 먼저 빠져나올 국가의 경기 회복에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투자 아이디어에 무게를 두겠습니다. 당사의 시그니처 펀드나 해외 일임∙자문 상품은 말 그대로 글로벌 투자를 지향하므로 미국에만 목맬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인공 지능처럼 전계를 관통하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들은 이번 기회에 적당한 가격에 담을 수 있는지 눈 여겨 볼 것입니다. 대표적 예로 나스닥 시장에는 과거 닷컴 버블 때와 달리 의미 있는 수익을 내고 있으며 시간이 갈수록 소비자 독점력을 강화할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닷컴 버블 때는 하드웨어나 인프라 투자, 그렇지 않으면 아직 마땅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온라인 기업들이 지수를 견인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엔비디아 정도를 제외하면 인공 지능 트렌드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매출과 이익은 유지되며, 혹 인공 지능에 대한 투자가 지연된다면 단기적으로 투자 비용이 감소해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도 있습니다.

  주가가 급락하면 누구나 덜컥 겁이 납니다. 증시 뉴스나 증권 계좌를 열어 보는 것조차 무서운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럴 때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그래 왔습니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요? 저희 같은 프로페셔널의 존재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일을 천직으로 여겨 전문성을 쌓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주목하는 외신이나 주식 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보면 한숨부터 날 때가 많지만 동시에 이미 분석해 둔 기업의 주가가 내려 엑셀 창에 과거에 비해 훨씬 낮은 주가수익비율(Price Earnings Ratio)이 보일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맡겨 주신 귀중한 자금을 충분히 싼 곳에 투자해 수익을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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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는 단 하루 만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2% 넘게 폭락한 1987년 블랙 먼데이를 이렇게 회상합니다. 모두가 세상이 망할 것처럼 떠들어 댔지만 지금 연도를 가리고 보면 차트에서 그 때를 찾기조차 어렵다고요. 여러분은 찾을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리고 그 때로 돌아 간다면 블랙 먼데이의 이유를 진단하고 부산하게 대응 전략을 짜시겠습니까 아니면 조용히 그리고 대담하게 주식을 사시겠습니까?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과 가까운 분들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조만간 고객 총회에서 뵙겠습니다.


주식회사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이사 정호성 ∙ 김현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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