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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에 대한 오해 | 2016.11.10 |
2016년도 벌써 끝자락을 보이고 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져 온 주식시장의 부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제는 무뎌질 만도 한데,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보유한 주식이 하락하는 것을 볼 때면 아직도 마음이 쓰리다. 내년이면 펀드매니저 생활 10년 차에 접어드는 나도 이러한데, 개인 투자자들은 오죽 할까? 개인 투자자들이 이럴 때 흔히 하는 말이 있다. “기관 때문이다.” 농담 반, 진담 반의 이러한 푸념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시름을 덜어줄 수 있다면 천금을 들여서라도 ‘기관’이라는 단어를 그 분들께 기부하고 싶다. 그러나 어차피 주식 투자자들의 시름은 수익률로만 덜어낼 수 있음을 알기에 기관 투자자들을 대표해 몇 가지 사실을 바로잡고자 한다.
먼저 기관 투자자는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그 또한 많은 개인들의 집합이다. 주식 시장이라는 곳은 수많은 시장 참여자가 시장을 이기겠다고 덤벼들고 또 스러져 가는 곳이기 때문에 참여자의 수만큼 여러 기법들과 그에 맞는 정보들이 돌아다닌다. 매매의 주체를 개인, 외국인, 기관으로 삼분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일 뿐이다. 그렇다면 왜 기관이 사면 오르고, 개인이 사면 떨어질까? 단순하다. 기관은 개인에 비해 호가(사고 파는 가격)에 덜 민감하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가 굴리는 돈은 상대적으로 많고, 그 돈을 놀리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이다. 따라서 사야 할 종목은 비싸게라도 사고, 팔아야 할 종목은 싸게라도 파는 것이다.
기관 투자자가 많은 고급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는 것도 큰 오해이다. 일단 기관 투자자들도 수익률이 천차만별이고 개인 투자자 중에서도 훌륭한 실력을 가진 분들이 여럿 있다. 또 기관 투자자가 얻는 정보가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누구나 조금의 노력만 기울이면 얻을 수 있는 수준의 것이다. 오히려 장기적인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는 것과는 동떨어져 불필요한 매매를 조장하는 소음인 경우가 더 많다. 건전한 투자를 위해서는 정보의 양이나 시의적절성보다는 그에 대한 해석 능력이 훨씬 중요하며, 이는 개인 투자자도 충분히 기를 수 있는 소양이다.
마지막으로 기관 투자자들의 매매 동향에 대해 초연해지기를 당부한다. “모 증권사에서 매수 보고서를 내놓고는 다음 날부터 팔기 시작한다.”며 비난하는 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다. 우연의 일치로 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와 매도 우위 창구가 같을 수는 있다. 하지만 증권사는 매매를 주선하는 중개인일 뿐 실제로 주문을 내는 쪽은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의 펀드 매니저들이다. 또한 한 명의 펀드 매니저가 보유한 종목의 수가 수십, 수백 개에 이르기 때문에 한 두 종목쯤은 기업의 가치에 대해 면밀히 따지지 않고 사거나 팔기도 한다. 자동차나 대형 가전제품을 고를 때는 심사숙고 하지만 점심 메뉴는 쉽게 고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식어버린 대한민국의 성장엔진을 다시 뜨겁게 달구는 길은 ‘돈’맥경화 해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훌륭한 기업을 한 뜻으로 응원하는 올바른 투자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이 글이 기관 투자자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킴과 동시에 그 한 걸음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더퍼블릭투자자문 이사 김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