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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성장 시대, 자본은 어떻게 움직이는가_더퍼블릭자산운용 김현준 대표 (삼성생명 웰스 매거진) 202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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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성장 시대,

자본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금리는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자산 시장의 흐름을 지배하는‘중력’이다.고금리 시대가 저물고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된 지금, 투자 전략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금리의 구조적 변화와 자금 흐름을 따라, 우리가 주목해야 할 자산과 산업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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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이사

1억원으로 더퍼블릭자산운용을 창업했다. 그리고 7년 만에 자기자본 60억원, 운용자산 1200억원을 자랑하는 어엿한 금융벤처로 키워 냈다. 2019년 우연히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 연한 것을 계기로 각종 미디어에서 올바른 투자 방법을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____고금리 적금은 왜 전설이 되었나.

방송인 송은이 씨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 이자율 20%짜리 적금 통장을 거의 30년 째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3%만 되어도 ‘특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예비 투자자들이 창구 앞에 길게 줄을 서는 시대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연 20%라는 수치는 폰지 사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따라 종종 은행에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30년 전에는 연 이자율 10%를 훌쩍 넘는 예금 상품도 드물지 않았다. ‘지금도 이자율이 20%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10%만 되어도 재테크 고민 없이 살 수 있을 텐데···’ 이런 바람은 취미나 자기계발은 커녕 생업과 육아에 지친 몸을 이끌고 저녁과 주말을 부업과 재테크 공부에 바쳐야 하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었을 법한 소망일 것이다. 참고로 1억원을 10년간 연 복리 20%로 투자하면 약 6억2천만원이 되고, 10%만 되어도 2억6천만원에 이른다. 역시 복리의 마법은 놀랍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 이자율은 이토록 낮아졌을까? 금리란 돈을 빌린 사람이, 돈을 준 사람에게 원금 외에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나 그 비율, 즉 이자율을 뜻한다. 이자율은 언제 높고, 언제 낮아질까?

지인이 급히 쓸 데가 있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찾아왔다고 가정해 보자. 소득도 높고 자산도 많으며 무엇보다 약속을 잘 지키기로 유명한 친구라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율로 돈을 빌려 줄 수 있지만, 썩 가깝지 않았던 옛 동창이 누가 봐도 궁색한 차림으로 갑자기 찾아온 경 우라면 웬만큼 높은 이율이 아니고서는 선 뜻 지갑을 열기 어려울 것이다. 이 차이는 바로 ‘신용도’에서 비롯된다. 채무자가 원금과 이자를 정해진 기한 내에 상환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면, 떼일 위험이 적기 때문에 낮은 이자율이 적용된다. 반대로,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는 만기에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위험을 보상 받기 위한 대가로 이자율이 높게 책정된다. 우리나라에서 신용도가 가장 높은 채무자는 누구일까? 바로 국가다. 국가는 ‘국채’, 즉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을 통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빌린다. 이때 적용되는 국채 금리는 이론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의 금리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이 은행,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 순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도 가 30년 전과 비교할 때 눈에 띄게 높아졌고, 그에 따라 국채 금리도 하락했다. 그에 따라 예금과 대출 이자율도 내린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도가 30년 전과 비교할 때 눈에 띄게 높아졌고, 그에 따라 국채 금리도 하락했다. 그에 따라 예금과 대출 이자 율도 내린 것이다.
____낮아진 금리의 비밀

이번엔 채무자가 아니라 채권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차례다. 채무자의 신용도가 동 일하더라도, 채권자가 자금을 활용할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즉, 돈을 빌려줄지, 다른 곳에 투자할지를 두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정해진 금액을 하나의 선택지에 투자하면, 다른 기회들은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된다. 이처럼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투자자는 손실 위험이나 가격 변동성이 동일하다면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선택지를 택하게 마련 이다. 은행은 자금이 남는 사람에게서 예금을 모아, 그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해 준다. 이때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와의 차이가 은행의 주된 수입원이며, 이를 ‘예대 마진’이라고 한다. 은행에 돈을 맡기려는 사람은 주식·회사채·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처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자산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지면 은행은 경쟁력 유지를 위해 예금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다시 30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 보면, 우리나라는 고도의 경제 성장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잊고 있었던 삼성전자나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장롱에서 발견했더니 수십, 수백 배 가 올라 있었다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들은 모두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고속 성장을 자신한 기업들이 높은 금리에 도 불구하고 돈을 빌려서 원재료를 사고 공장을 지으려 했기 때문에 회사채 이자율도 높았다. 이러한 성장 덕분에 국민 소득이 늘어 좋은 집을 살 수 있게 되면서 아파트 가격 까지 오른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은 일본보다도 1인당 국내총생산이 높고, BTS와 한강 작가를 보유한 완연한 선진국이다. ‘하늘 끝까지 자라는 나무는 없다’고 몸집이 커지면 커질수록 성 장 잠재력은 축소된다. 이에 따라 주식 시장의 기대 수익률도, 회사채 금리도, 그리고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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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금리는 자산시장의 중력

한때 ‘재테크 좀 해봤다’는 사람이라면 브라질 국채에 대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연 10% 중반대의 높은 금리에 매력을 느껴 투자한 이들 중에는, 매달 이자를 꼬박꼬박 받았음에도 환차손으로 인해 기대 수익을 제대로 얻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높은 금리가 가진 매력을 상쇄시킨 셈이다. 브라질은 신흥국으로서 잠재 성장률이 높아 고금리를 제시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국가 신용도가 낮아 자국 통화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국가 신용도는 높고 성장 잠재력 이 낮아 이자율이 떨어진 지금, 우리는 어디 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투자 업계에서 금리를 ‘중력’으로 비유하곤 한다. 참고로 중력은 우리를 지표면으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어린이용 과학 도서에 등장하는 삽화처럼, 달나라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해 폴짝 뛰면 수 미터는 쉽게 날아오를 수 있다. 원금과 이자의 안전성이 높고, 일부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국가가 보장하는 예금 상품의 금리는 다른 투자 대안들의 비교 기준이 된다. 금리가 높으면,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위험 자산에 굳이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들의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반면, 지금처럼 저금리 시대에는 안전자산만으로는 물가상승률조차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위험 자산에 투자 하려는 수요가 늘고, 그에 따라 가격이 상승 하는 것이다. 이처럼, 금리를 ‘중력’에 비유하는 이유는, 자산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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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현재는 저성장·저금리 불황기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는 경제 활동이 마비될 것을 우려한 각국 정부가 일제히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 결과 주식, 부동산, 암호 화폐, 심지어 미술품까지 자산 가격이 전방 위적으로 급등했다. 그러나 2022년부터는 정반대의 흐름이 이어졌다. 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금리가 인상되면서 경제는 다시 위축됐고, 자산 가격은 급락했다. 이처럼 금리는 자산 시장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다. 경제가 뜨거워졌다 식는 과정을 사이클, 즉 ‘경기 순환’이라고 한다. 한 번의 순환은 보통 약 3년 주기로 반복된다. 증권 투자의 대부이자 유럽의 지성으로 불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경제의 사이클을 금리의 흐름으로 설명했다. 경제가 불황일 때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려 한다. 이후 경제 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주식 등 위험 자산의 수익률이 높아진다. 이윽고 호황을 맞이하면 거품 경제를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 한다. 그러나 수축 국면은 피할 수 없다. 경제가 냉각되기 시작하면 채권과 같은 안전 자산으로 자금이 몰린다. 그리고 다시 금리 인하 시기가 도래한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 경제는 수십 년의 장기적 관점에서 성숙 국면에 도달해 오르내림은 있지만 저성장, 저금리 기조를 피하기 어렵다. 최근 3년의 짧은 기간만 놓고 보더라도, 현재는 금리 인하가 상당히 진행된 저금리 불황 국면이다. 코스톨라니가 강조했듯, 이처럼 금리가 낮고 경기가 침체된 시기에는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가 오히려 효과적 일 수 있다.
____제로성장기의 투자 전략

채권에는 미리 정해진 이자율이 있지만,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의 이자율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기존 채권의 투자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위험 자산의 대표 주자는 단연 ‘주식’이다. 경기가 불황을 벗어나 회복세에 접어들면 민간 소비가 늘고, 그에 따라 기업의 이익도 증가한다. 주가는 기업의 실적과 밀접하게 연동되기 때문에, 이익이 늘면 주가도 함께 오르게 마련이다. 반면, 금리가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면 안전 자산인 채권의 가격은 하락 한다. 채권에는 미리 정해진 이자율이 있지만,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의 이자율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기존 채권의 투자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인식이 금융시장 전반에 확산되면, 채권에 묶여 있던 거대한 자본이 인접한 주식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증시에 활기를 더하게 된다. 특히 저성장 시대에는 ‘성장’ 자체에 프리미엄이 붙는다. 인간은 본디 희소한 것에 매력을 느끼는 법이다. 앞서 금리를 ‘중력’에 비유한 것을 기억하는가? 중력이 낮기 때문에, 즉 금리가 낮기 때문에, ‘성장’에 대한 기대는 더 큰 가치를 인정받는다. 주가는 기업의 이익을 따라간다. 이익이 늘어나면 주가도 오르 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다수 기업의 성장세가 둔화된 시대에는, 오히려 인공 지능, K-뷰티, K-푸드처럼 성장성이 뚜렷한 소수의 분야에 자금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몇 년간의 불황을 견뎌내고, 경쟁자들이 무너진 시장에서 새롭게 영토를 확장하는 경기순환형 기업들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성장주로 주목받을 수 있다. 투자는 결국 돈을 벌기 위한 행위다. 사회에 기여한다든가, 견문을 넓힌다든가 하는식 으로 아무리 미화해도 수익을 내지 못하면 ‘말짱 꽝’이다. 그리고 돈을 벌고 싶다면, 남들과 똑같이 움직여서는 안 된다. 대중과 다르게 생각하고, 더 먼저 움직여야 한다. 초원 위의 얼룩말이 신선한 풀을 뜯고 싶다면, 무리의 가장자리에 서야 한다. 사자가 무서워 무리 한가운데에만 머문다면, 다른 얼룩말 에게 밟힌 진흙 묻은 풀밖에 먹을 수 없을 것 이다. 금리라는 중력이 낮아진 지금, 제로성 장기야말로 모두가 움츠린 틈을 뚫고 우리 자산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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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화장품미용산업박람회 및 국제건강산업박람회’ 를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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