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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엠 투자에서 배운 것 | 2021.09.09 |
블랙핑크의 글로벌 팬덤, 빅히트(현 하이브)의 상장, 니지 프로젝트의 흥행으로 최근 1~2년간 주식시장에는 음악 산업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주식 깨나 한다는 투자자 치고 한 종목씩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나도 언택트이지만 컨택트인 이 주식을 좋아했다. 집콕 시대라고 '오빠'들을 버릴 수 있나? 지금은 음반과 음원이 실적을 받쳐주고, 코로나19나 한한령이 끝나면 센티멘탈이 더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그런데 대부분은 하이브나 JYP에 투자하고 있었고, 에스엠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은 한 번도 보질 못했다. 하이브는 대장주에 위버스라는 강력한 플랫폼이 있고, JYP는 걸그룹을 내는 족족 성공시킬 뿐만아니라 재무제표가 아주 깔끔하다는 이유였다. 반대로 에스엠은 엑소가 늙었고, 이수만 프로듀서가 이익을 빼먹고, 자회사가 복잡하다고 했다.
나는 다르게 생각했다. "sm town의 아이돌을 합치면 BTS만큼 모객을 할 수 있다. YG나 JYP는 오프라인 콘서트 모객이 가능한 그룹이 전무하다" "에스엠도 (위버스보다는 중량감이 떨어지지만) 디어유라는 플랫폼이 있다. 비욘드 라이브에 JYP가 입점한 것도 의미가 크다" "지금 펀더멘탈 대비 재무제표상의 이익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오히려 투자 기회다. 해소되면 땡큐, 그렇지 않더라도 그만이다"
그리고 공부할수록 에스엠이 왜 제국이라고 불리는지, 왜 소속 아이돌들이 아직까지 이수만 프로듀서를 '선생님'이라 칭하며 존경하는지 알게 되었다. 30년간 계속해서 앞선 콘텐츠로 유명 아이돌을 배출해낸 '짬'은 쉽게 흉내낼 수도 없고, 함부로 가치를 평가하기도 어려울 만큼 훌륭한 것이라 생각하게 됐다.
물론 투자에 대한 생각은 타인에게 공유할 필요도 없고, 강요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내가 에스엠을 가지고 있다고 얘기하지도 않았고, 에스엠이 다른 회사보다 투자 매력이 더 높다고 얘기하지도 않았다. 그냥 끄덕끄덕하며 다른 이들의 얘기를 들을 뿐...
투자한 지 근 1년. 한 번 실적이 잘 나왔지만, 퐁당당. 두 번째 실적이 잘 나오자 이 주식은 이른바 '여의도 Favorite'이 되었다. 하이브, JYP, YG의 주가는 쉬고 에스엠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미 1년 전에 돈을 벌기 시작한 '버블' 앱을 이제사 깔아보며 차세대 플랫폼이라고 치켜세운다.
물론 혹자는 네이버, 카카오, CJ의 인수설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것 아니냐고 깎아내릴 수도 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내가 투자했던 기업들은 인수합병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영국의 Inmarsat도, 네덜란드의 Takeaway.com도 그랬다. 이 또한 투자의 기본인 '기업 전체를 인수한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어제 에스엠을 매도했다. 그간 얻은 교훈은 다음과 같다.
하나. 싸게 사라. 에스엠 투자 당시 시가총액 6,000억에 순현금이 3,000억 있었다. 그리고 매년 1,000억씩 영업현금흐름을 쏟아내는 Cash printing machine이었다. 싸게 사면 틀려도 잃지 않는다.
둘. 주식시장이 싫어할 때 사라. 그래야 Great Humiliator인 주신(株神)과의 싸움에서 선택권을 내가 쥘 수 있다. 한한령에 코로나19에 지배구조 리스크까지..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리스크가 해소될 때 사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때는 주가가 올라 있다. 그 다음은 나보다 비싸게 사줄 사람을 찾는 '폭탄 돌리기'에 불과하다.
셋. 타이밍을 재지 마라. 기업의 가치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 잡는 제품과 서비스를 얼만큼 생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주가는 언젠가 그에 수렴할 것인데, 그게 언제인지 그리고 어떤 이유로 촉발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하이브는 너무 비싸서 주가가 떨어져야 하고 (위버스에 많은 글로벌 유명 가수들이 입점하여 큰 수익을 줄 수도 있겠지만, 그 확률은 계산하기가 어렵다) 에스엠은 말도 안 되게 싸서 JYP나 YG보다는 높은 시가총액을 받아야 한다는 정도의 믿음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사서 응원하자"는 앨범 대박이나 버블의 인기, 대주주의 매각설로 시작될 것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목표가를 넘었고, 시가총액도 내 생각과 같이 하이브>에스엠>JYP>YG 순으로 배열됐다. 앞으로 주가가 더 오를지, 4조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매각 이슈가 어떻게 전개될지 그것이 어떻게 주가에 반영될지도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모르는 데는 베팅하면 안 된다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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